15/06/2026
박수연 개인전
《침묵하는 인형, 사회적 페르소나의 그림자와 벽 사이에서》
📅 2026년 6월 15일(월) ~ 6월 21일(일)
🕚 AM 11:00 – PM 6:00
✍ 미술평론가 유현주
박수연의 침묵하는 인형, 사회적 페르소나의 그림자와 벽 사이에서
미술평론가 유현주
박수연이 그린 얼굴들은 애니메이션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인형의 이미지들이다. 눈가에 짙은 그늘을 드리운, 소심해 보이는 저 얼굴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한편 커다란 눈에 은밀한 아픔의 정서를 담고 있다. 자신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은어(隱語)로만 남겨둔 이들, 벽 안에 갇힌 저 인형의 얼굴은 누구의 자화상인가?
오랫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작가는 어느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서 공통된 표정을 발견한다. 바로 인형 같은 무표정한 침묵의 표정이다. 사람을 닮았지만, 자율의 힘을 상실한 인형의 얼굴들은 어떤 면에서 사회적 자아의 페르소나(Persona)이다.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에 따르면, 페르소나는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쓰는 가면(mask)이다. 융은 페르소나를 개인과 사회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는 심리적 장치로 설명했는데, 사회적 자아의 가면 뒤에 진짜 자신의 내면-얼굴로서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즉 내면의 얼굴은 사회적 얼굴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그림자인 셈이다. 그들의 진짜 얼굴이 언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모르지만, 박수연의 침묵하는 인형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숨긴 채, 견고한 벽으로 울타리 쳐 친 세계에 머물고 있다. 이 벽은 ‘사회가 만든 규범, 학교의 규율, 가족 제도, 타인의 기대와 시선’이라는 재료의 벽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회의 인정욕구에 시달리는 ‘불안’이라는 성분의 시멘트로 접착되어 있다. 작가는 벽을 돌가루와 젤과 아크릴 물감을 섞어 거칠게 쌓아 올려서 실제 벽이 주는 느낌을 표현했다. 기이하게도 이러한 벽의 이미지는 인형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현실’로 데려온다. 그림 속 벽은 완전히 막혀 있지 않다. 작가는 벽의 공간에 창문을 낸 것처럼 그곳에 얼굴을 그렸다. 그리하여 박제된 동물처럼 핏기 없이 창백한 인형의 얼굴은 한 줄기 빛을 찾듯이 창밖의 세계를 향할 수 있도록.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살아가는 인형이 된 존재는 사실 이 작품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관계 안에서 다양한 역할의 페르소나를 갖는 우리는 내면의 얼굴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고, 자신이 아닌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인형이 된 채, 늙어가다가 덧없이 삶의 장막을 내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박수연의 침묵하는 인형은,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우리 자신의 얼굴을 되비추어 돌아보게 한다. 그럼으로써 그림자에 숨어 있던 자아의 진짜 얼굴을 생각하게 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관계를 맺기 위해 페르소나는 필요한 것이지만, 내면의 그림자와 만나 하나가 되어 성숙해질 때 진정한 자신의 얼굴을 만든다. 즉 우리는 타인이, 사회가, 제도가 만든 벽 안에 자신을 가두고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침묵의 표정에서 깨어나 자신을 주장하고 진정한 목소리도 낼 줄 알아야 한다.
박수연의 인형들은 침묵 속에 갇혀있지만, 그 침묵은 존재의 부정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랫동안 타인의 기대에 귀 기울여 온 존재의 표정이며, 아직 말로 표현되지 못한 내면의 언어가 머무는 장소이다. 그러나 그 침묵의 존재들은, 벽의 틈 사이에서,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고통스러운 얼굴을 마주하고, 그것을 자아의 일부로 수용할 때, 비로소 바깥의 세계로 당당히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건강해진 자아는 벽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건너올 수 있다. 언젠가 인형이 아닌, 생기 넘치는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 Gallery Art for Art
대전광역시 동구 신안동 249 (34684)
Gallery Art for Art, 249, Sinan-dong, Dong-gu, Daejeon, 34684, Korea
📞 문의 : 0507-1375-4272
#박수연 #박수연개인전
#아트포아트
#아트포아트갤러리
#현대미술 #컨템포러리아트
#회화전시 #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