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24
Tanvi Gallery
🌸오정엽 미술사가
“한반도에서 국민화가, 명화가 나오려면…“
저는 신진작가 그림도 취급해 보았고, 중견작가와 원로화백의 그림, 그리고 한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분들의 작품도 팔아봤어요. 그리고 기회가 되어서 피카소 그림까지 취급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미술사, 미학, 철학을 공부하며 그러면서 국내외 미술관과 개인 소장자들, 그리고 전설적인 명화를 취급한 선배 아트 딜러분들을 뵈면서 명화, 그리고 국민화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명화, 국민화가를 논할 때면 높은 작품 가격과 인지도를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작가를 이해하고 옹립하는데 서양 미술사 흐름에 맞는, 충실한 고증이 중요하다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미술관, 갤러리, 아트 딜러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의 상식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어요. 그분들이 보는 명화라는 것은 많이 본 그림을 뜻하는 거예요. 혹은 그림의 명품이라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화가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파블로 피카소의 전설적인 아트 딜러이신 존 매쉬 회장님은 국민화가라는 것은 단순히 유명하고 비싼 게 아니라 그 나라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가장 사랑하는 생존하는 화가여야만 하고, 세월이 흘러야만 명화가 된다는 말씀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명화를 그린 화가들도 당대에 국민화가로 인정받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다는 거죠. 국민화가의 정의는 죽어서 유명해지고 한국의 혼이었다. 뭐 그런 게 아니라 살아있을 때 그림을 알리는 이와 소장하는 이의 열광적이고 지속적이고 대를 이어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국민화가로 불릴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현재의 미술계 경향을 보면 조금만 유명해져도 가격이 수직 상승해 버리니까 소장층이 얕고 좁아요. 그래서 미술시장의 여파에 따라 화가의 인지도가 휘청입니다. 즉 국민들이 알고 소장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갑자기 유명해져서 특정 사람들만 소장했기 때문에 마니아층이 너무 얕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유명하면 컬렉터 층이 깊다고 여겨지잖아요. 그러나 가격이 너무 급상승했기 때문에 가격 저항감 때문에 서민들과 중산층의 반응이 소원해지고, 일부 돈 많은 컬렉터 층만 좋아하시다가 멈추고 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경우에는 팬심이 약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유명하고 마는 그런 경향이 있어요. 이런 경우는 국민화가가 아니죠. 인기 화가죠. 알려진 화가고요. 더구나 알려진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창작의 고뇌가 줄어서 작품성이 하향화됩니다. 그러면 그림이 그 그림이 그림이니까 컬렉터 분들의 관심이 식어 버려요. 처음에는 유명세와 인지도, 그리고 높은 가격대로 어느 정도 팔려서 화가와 갤러리는 돈을 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거래가 소원해지고, 그저 과거의 화가로 남게 됩니다. 물론 돈만 버는 것으로 만족하면 그것도 성공이죠. 그러나 저는 화가로서의 성공은 원로 화가가 되더라도 회자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민 화가가 되려면, 그리고 명화가 되려면 당대의 중산층의 열렬한 관심과 애착과 실제 소장층이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장층이 후대로 이어져 인기가 유지되어야 해요. 그래야만 세월이 흘러 국민화가, 명화로 인정받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려면 작가는 작품에 공을 들여야 하고, 세속의 평가와 인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알리는 이는 가격을 급상승하지 않게 해서 중산층이 조금만 욕심내면 소장하실 수 있도록 서서히 가격 상승을 꾀해야 해요. 그래야만 이 중산층분들을 중심으로 대중에게 널리 뻗어가고, 중산층 컬렉터들이 상류층에 진입할 무렵에 다양한 계층의 마니아들이 그림을 소장했기 때문에 화가와 소장자들 간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설이 되는 거예요.
한 명의 국민화가가 나오려면, 그리고 한반도에 명화가 출현되려면 적어도 최소 2000군데 이상의 갤러리와 미술관이 힘을 써 줘야 하고, 만명 정도의 아트 딜러와 미술 컬렉터들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화가의 예술이 그 나라를 빛내면서 해외에서 빛을 발합니다. 나무가 뿌리가 깊어야 바람에 아니 흔들리듯이 화가도 자기의 나라에서 뿌리가 깊어야만 더 높게 자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나 우리는 반대의 상황을 꿈꿔요. 해외에서 반응이 있는 분위기가 있으면 언론에 나오고 그제야 거꾸로 한국에서 인기가 일어나죠. 외국에서 인정했으면 됐다 뭐 그런 식이죠. 그러나 그건 문제 있는 관점입니다. 뿌리가 없는 채 꽃만 피어난 격이기 때문이죠.
저는 과거 젊을 때 세계적인 것을 동경했어요. 그러나 세계적이라는 말은 보편적이라는 의미라는 걸 알고는 심히 부끄러워졌습니다. 우리 것 없이 해외의 문화에 녹아든 화풍으로 그려서 인정받았다. 즉 우리만의 특징 없이 서양 미술사와 서양 미학과 서양의 철학, 서양미술에 종속되면서도 서양 사람들이 익숙한 가운데 약간 특이하니까 그림이 조금 팔렸다 그런 의미에 불과해요. 세계적이란 말은 평범하다는 말이므로 그 화가의 기운이 남에 의해 굴복된 미술적 견해라는 의미도 됩니다. 저는 그런 의미의 세계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적인 특색이 있는, 우리의 국민화가로 인정받고, 그 고유한 특색과 기운으로 세계가 바라보고 경탄하는 미술이야말로 한반도의 미술이 명화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을 길기 때문에 화가가 생을 다해야 세상의 흐름이 바뀔 즈음에 그가 인정받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국민화가가 되고, 진정한 의미의 명화가 되며, 진정한 의미의 세계가 동경하는 미술이 되기 위해서는 화가가 자신의 근본이 깊어서 그 나라와 민족에서 뿌리를 깊고 넓게 내려서 그 힘으로 독창과 우리 것의 미술로 발현하고 승화해야 합니다. 남의 것에 종속된 미술사와 남의 미학과 남의 철학 속에서 내 것을 찾는다? 그것은 어불성설인 거예요. 더구나 사실 미술사와 미학과 철학도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죠? 그 화가가 최초로 만들어낸 생각과 삶과 느낌에서 나온 그림이기 때문에 과거의 데이터로 판정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유사성을 놓고 너는 00파에서 영향을 받아 이렇게 그린 것이라고 함부로 재단할 일이 아니에요. 운명적인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그렇게 늙어가는 모든 경험은 나와 그녀만의 유일한 체험입니다. 그러나 외모만 딱 놓고 비교를 하면서 외모가 이러하니 너는 이 사람과 비슷하고, 저 사람과 얼굴형이 비슷하니 그 같은 삶에 불과하다고 예단하는 것은 큰 실례죠. 그러나 미술사, 미학, 철학적 논증은 바로 이러한 실수를 수없이 범해 왔습니다.
왜 수천 년, 수백 년, 수십 년 전의 남의 데이터가 지금의 나의 삶과 미술에 적용되어야 합니까? 이래서는 아무리 뛰어난 미술가가 나오더라도 서양에 종속된, 그리고 남의 관점에 종속된, 종의 입장에서 그들의 견해대로 이해되어 인정된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기법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미술사도 서양의 미술사이고, 미학도 서양의 미학이며, 철학도 서양의 철학이니 그것을 기준으로 우리의 것을 예단(豫斷) 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한반도에서 국민화가, 명화가 한반도에서 출현하려면 화가의 살아있을 적의 갤러리, 미술관, 아트 딜러, 도슨트, 큐레이터, 미술 컬렉터, 특히 대중들, 중산층들의 관점이 중요한 것이고, 그들의 관점에 의해 열렬한 반응이 일어나고 대를 이어 소장층이 넓고, 깊어져야 해요. 그러고 나서 세월이 벽을 넘어간 힘이 있어야 합니다. 작품도 그렇고 소장한 분들의 마음이 후대로 넘어가야만 국민화가가 되고, 명화의 요건이 되는 거예요. 그 정신은 남의 것을 본뜬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의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온 독창적인 예술이어야만 온 세상이 바라보고 감격하는 명화가 되는 겁니다. 그동안 저는 44년째 미술 길을 걸으면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명화를 보러 다녔는데 결국 얻은 결론은 우리 그림이 명화가 될 시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세계화, 세계가 이해할 미술사적 관점이나 미학과 철학적이 아니라 독자성, 독창성, 나만의 세계에서 출현된 문화적 체험이 진정한 의미의 국민화가, 명화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감화 받는 게 아니라 내가 세상에 이야기를 하는 거죠. 남의 미술에 감동하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우리 미술을 세상이 감동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한반도의 명화가 출현한 것입니다!
미술사가 오정엽
문의 딴비갤러리 010 8497 4862